매끄러운 새 그릇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아직 아무런 이야기도 품고 있지 않다. 진정한 이야기는 뜻 밖의 실수로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순간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깨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고, 그 벌어진 틈을 오히려 찬란한 금으로 채워 넣는 기술, 킨츠기(金継ぎ).
Etymology
- 金: 금
- 継ぎ: 이어 붙임.
직역하면 ‘금으로 잇다’는 뜻이다. 15세기 일본, 깨진 찻잔을 수선하던 도중 탄생한 이 기법은 단순한 수리를 넘어선다. 상처를 숨기거나 수치스럽게 여기는 대신, 그 굴곡을 금빛 선으로 도드라지게 드러냄으로써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The Art of Scar
무결한 대리석이 우리를 압도한다면, 킨츠기된 찻잔은 우리를 위로한다. 상처를 입기 전보다 더 단단해진 이음새, 이전의 모습으로는 결코 가질 수 없었던 불규칙한 금빛 선들은 말해준다.
“부서졌다는 사실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와비사비의 정신이 가장 극적으로 발현된 형태이기도 하다. 완벽주의라는 서늘한 조명 아래서는 버려졌을 조각들이, 킨츠기라는 시선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Resilience or Life
삶은 킨츠기의 과정과 닮아있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깨진 틈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 틈을 애써 감추려 하거나, 스스로를 고장 난 존재라 자책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치고이치에의 마음으로 오늘 마주한 자신의 상처를 조각해보는 건 어떨까. 깨진 조각을 버리지 않고, 정성껏 모아 금빛으로 수놓는 마음. 그렇게 수선된 삶은 이전보다 훨씬 깊고 묵직한 울림을 갖는다.
상처는 결코 오점이 아니다. 그 흔적 덕분에 우리는 더 빛나고, 더 단단하게 연결될 수 있다. 지금 당신을 아프게하는 그 균열이, 훗날 가장 아름다운 금빛 선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