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빌딩의 외벽처럼 매끄럽게 설계된 현대인의 하루는, 효율과 속도라는 논리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된다. 티 하나 없는 대리석 바닥처럼 정돈된 일상은 완벽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정작 그 안을 채워야 할 ‘존재의 이유’는 종종 누락되곤 한다.
우리가 단순히 생존하는 것을 넘어, 매일 아침 스스로 눈을 뜨게 만드는 내면의 동력. 그것이 바로 이키가이(生きがい)다.
Etymoligy
- 生き (이키): 살다, 생존하다.
- がい (가이): 가치, 보람, 효과.
직역하면 살아가는 보람이다. 이 단어는 거창한 사명감이나 압도적인 성공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위에서 발견되는 삶의 가치에 집중한다.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는 이키가이를 “아침에 깨어나게 하는 작은 이유들”이라 정의하기도 했다.
The Structure of Purpose
이치고이치에가 찰나의 만남에 정성을 다하는 태도이고, 와비사비가 사물의 낡음에서 안식을 찾는 미학이라면, 이키가이는 그 모든 가치관을 관통하여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구조’에 가깝다.
세련된 쇼윈도의 인공적인 화려함이 찰나의 자극을 준다면, 이키가이는 어스름한 새벽녘을 비추는 은은한 등불처럼 우리의 일상을 지치지 않게 지탱한다.
이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자아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The Minimalism of Soul
서구권에서 해석하는 이키가이는 보통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세상이 필요한 것, 돈이 되는 것’의 교집함으로 그려지지만, 본래의 의미는 그보다 훨씬 미니멀하다.
정갈하게 내린 차 한 잔의 향기, 정성껏 가꾼 정원의 흙냄새,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태도 그 자체.
거창한 목표를 덜어내고 본질적인 즐거움만 남기는 것, 그것이 마음의 미니멀리즘인 이키가이의 본질이다.
The Persistence of Meaning
모노노아와레가 소멸해가는 것들을 보며 수용하는 태도라면, 이키가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향해 한 발을 내딛는 주관적 의지다.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되, 그 유한한 시간 속에서 나만의 질서를 세우는 일이다.
인위적으로 꾸며진 완벽한 삶보다, 나만의 이키가이로 채워진 불완전한 일상이 훨씬 더 단단하다.
당신이 오늘 마주한 사소한 기쁨 중, 내일의 당신을 일으켜 세울 이키가이는 무엇인가. 화려한 성취의 조명 아래가 아닌, 당신의 가장 일상적인 틈새에서 그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