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를 발급받고 집까지 구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일본 생활을 시작할 차례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첫 금융 거래는 또 하나의 높은 벽을 마주한 기분이 들게 한다. 거주 기간이 짧은 외국인에게 일본의 금융권은 유독 보수적이며, 그들만의 독특한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월세 이체부터 공과금 납부, 그리고 현대인의 필수품인 신용카드 발급까지. 일본 사회의 신용 시스템에 안착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다뤄보겠다.
1. 외국인에게 유독 엄격한 일본 은행
일본의 은행들이 외국인에게 까다로운 가장 큰 이유는 ‘외환 및 외국 무역법(외환법)’ 때문이다. 이 법규에 따라 입국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은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비거주자’로 분류된다.
그래서 일본은 거주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외국인에게 ‘비거주자 계좌’만을 허용하는데, 이 경우 해외 송금이 제한되거나 타행 이체 수수료가 높게 책정되는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특히 미쓰비시, 미쓰이스미토모 등 대형 은행은 심사가 매우 까다롭다. 일본어 소통 능력이나 재직 회사의 규모 등을 꼼꼼히 따지므로, 정착 초기에는 무리하게 도전하기보다 실용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
그 현실적인 대안이 유초 은행이다. 일본 우체국 은행인 유초(ゆうちょ)은행은, 외국인이 계좌를 만들기에 문턱이 가장 낮다. 입국 직후에도 계좌 개설이 비교적 간단하며, 대부분의 회사가 급여 계좌로 인정해 주기 때문에, 첫 계좌로 가장 적합하다.
여담으로 한 가지 기억해두면 좋은 점이 있는데, 최근 일본 은행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종이 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통장리스(通帳レス)이다.
2026년 현재,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실물 통장 발행 시 연간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아예 모바일 앱 전용 계좌만 계좌 개설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디지털 통장은 스마트폰 앱으로 거래 내역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통장 사본’을 요구받게 되면 갑자기 당황하게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앱 내의 ‘계좌 정보 출력’을 통해, 종이 통장을 대신하여 제출하면 된다.
2.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진짜 이유
일본 사회는 신용을 매우 중시한다. 이제 막 일본에 도착한 외국인은 일본 내에서의 신용 기록이 전무하기 때문에, 연봉이 높더라도 카드 발급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
심사의 기준이 단순히 수입의 유무보다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가’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은 신용카드 심사를 한 번이라도 거절당하면, 그 기록이 개인 신용 정보 기관에 6개월간 남게 된다. 따라서 첫 신청부터 승인 확률이 높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므로 외국인에게 우호적이며 비교적 심사가 유연하다고 알려진 라쿠텐(Rakuten) 카드나 에포스(EPOS) 카드를 첫 카드로 선택하여, 신용 기록을 쌓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용카드가 당장 급한 것이 아니라면, 신청할 때는 카드사에서 진행 중인 캠페인을 체크하여 신청하는 것도 한 가지 팁이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2만 포인트를 받는 등 생각보다 굵직한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3. 실패 없는 금융 거래를 위한 준비물 체크리스트
은행이나 카드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은행 방문 전에 다음 서류를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 하나라도 누락되면 재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겪게 된다.
- 재류카드: 주소지 등록이 완료된 상태여야 한다.
- 여권: 본인 확인을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며, 재류카드와 같이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 휴대폰 번호: 일본 휴대폰 번호가 없으면 계좌 개설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금융 거래 전에 반드시 본인 명의의 휴대폰 번호를 먼저 확보해야 하며, 은행에 방문하면 본인 인증이 가능해야 한다.
- 인감 도장: 사인이 가능한 곳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감 도장을 요구하는 지점이 많으므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준비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 현금: 계좌 개설 시 첫 입금을 위한 소액의 현금이 필요하다.
일본 금융권의 진입 장벽은 높지만, 계좌를 개설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순간부터 당신은 일본 경제 시스템의 공식적인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때부터는 조급해하기보다 가장 낮은 단계부터 차근차근 신용을 쌓으며 넓혀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