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NOTE #8. こだわり: 고독한 결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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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프로세스에 따라 대량으로 찍어낸 결과물들은 균일한 품질을 자랑하며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운다.그러나 정서적 깊이는 효율의 영역을 벗어나,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미세한 차이에 집착하는 비효율적인 고집에서 시작된다. Etymology 원래 이 단어는 사소한 것에 얽매여 대세를 그르친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타협하지 않는 고집’이나 ‘자신만의 엄격한 기준’이라는 긍정적인 미학으로 재정의되었다. 이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결벽함이 허락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자발적 구속을 의미한다. The Invisible Detail 와비사비가 사물의 소박한 본질을 바라보고, 모노노아와레가 흐르는 시간의 정취를 바라본다면, 코다와리는 그 모든 것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사람의 집요한 태도를 다룬다. 1mm의 두께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수천 번의 가위질을 반복하는 재단사의 손길이나, 문장 하나의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글쓰기에는, … Read more

JP NOTE #7. 生きがい: 삶을 지탱하는 고요한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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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빌딩의 외벽처럼 매끄럽게 설계된 현대인의 하루는, 효율과 속도라는 논리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된다. 티 하나 없는 대리석 바닥처럼 정돈된 일상은 완벽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정작 그 안을 채워야 할 ‘존재의 이유’는 종종 누락되곤 한다.우리가 단순히 생존하는 것을 넘어, 매일 아침 스스로 눈을 뜨게 만드는 내면의 동력. 그것이 바로 이키가이(生きがい)다. Etymoligy 직역하면 살아가는 보람이다. 이 단어는 거창한 사명감이나 압도적인 성공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위에서 발견되는 삶의 가치에 집중한다.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는 이키가이를 “아침에 깨어나게 하는 작은 이유들”이라 정의하기도 했다. The Structure of Purpose 이치고이치에가 찰나의 만남에 정성을 다하는 태도이고, 와비사비가 사물의 낡음에서 안식을 찾는 미학이라면, 이키가이는 그 모든 가치관을 관통하여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구조’에 가깝다.세련된 쇼윈도의 인공적인 화려함이 찰나의 … Read more

JP NOTE #6. 物の哀れ: 스쳐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다정한 슬픔

신축 빌딩의 서늘한 유리 외벽과 예리한 직선은 시각적으로 완벽한 질서를 보여주며 시선을 끈다. 하지만 이런 인위적인 완벽함이 주는 자극은 일시적인 감상에 그친다. 정작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해 질 녘 창가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나 바람에 힘없이 흩날리는 낙엽의 뒷모습을 때가 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결국 소멸한다는 진리 앞에, 우리는 허무가 아닌 아련한 정취를 느낀다. 이것이 바로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다. Etymology 직역하면 ‘사물에 깃은 비애’다. 18세기 일본의 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는 “세상의 만물을 마주할 때 가슴 깊이 차오르는 감성”이라 정의했다. 즉, 모노노아와레는 단순히 슬픔 감정이 아니라, 세상의 만물을 마주하며 가슴 깊이 차오르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인 셈이다. The Sensitivity to Ephemera 이치고이치에가 단 한 번뿐인 순간에 대한 집중이라면, 모노노아와레는 그 순간이 결국 지나가 버릴 … Read more

JP NOTE #5. 金継ぎ: 깨진 틈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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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새 그릇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아직 아무런 이야기도 품고 있지 않다. 진정한 이야기는 뜻 밖의 실수로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순간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깨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고, 그 벌어진 틈을 오히려 찬란한 금으로 채워 넣는 기술, 킨츠기(金継ぎ). Etymology 직역하면 ‘금으로 잇다’는 뜻이다. 15세기 일본, 깨진 찻잔을 수선하던 도중 탄생한 이 기법은 단순한 수리를 넘어선다. 상처를 숨기거나 수치스럽게 여기는 대신, 그 굴곡을 금빛 선으로 도드라지게 드러냄으로써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The Art of Scar 무결한 대리석이 우리를 압도한다면, 킨츠기된 찻잔은 우리를 위로한다. 상처를 입기 전보다 더 단단해진 이음새, 이전의 모습으로는 결코 가질 수 없었던 불규칙한 금빛 선들은 말해준다. “부서졌다는 사실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와비사비의 정신이 가장 … Read more

JP NOTE #4. 敷金: The Sincerity of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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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갈 때 맡겨두고, 떠날 때 돌려받는 신뢰의 약속. 일본에서 집을 계약할 때 레이킨과 세트로 붙어다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시키킨(敷金)이다.처음 들어갈 때 기분 좋게 주는 선물같은 레이킨과 달리, 시키킨은 나중에 집을 나갈 때 돌려받아야 할 ‘내 돈’이다. 한국의 보증금과 비슷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일본의 시키킨은 나갈 때 청소비나 수리비라는 이름으로 꼼꼼하게 계산을 거친 뒤 남은 금액만 돌려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 돈을 미리 맡겨두어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 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Etymology 단어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미리 깔아두는 돈’이다. 혹시라도 월세를 못내거나 방 어딘가를 망가뜨렸을 때를 대비해 집주인에게 미리 맡겨두는 예치금이다.그래서 원칙적으로는 나갈 때 다 돌려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집을 얼마나 깨끗하게 썼는지에 따라 돌려받는 액수가 달라진다.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