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그늘에서, 빛의 부서짐을 보다.
일본의 계절을 거닐다 보면, 문득 낯선 공기가 따스한 조각들로 부서져 내리는 순간을 마주한다. 머리 위를 덮은 나뭇잎들 사이로, 햇살이 제멋대로의 모양을 그리며 바닥에 내려앉는 풍경.
그 얼룩덜룩한 빛의 무늬를 이곳에서는 木漏れ日(코모레비)라 부른다. 단순히 날씨가 맑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나무와 빛과 바람이 만들어낸 찰나의 흔적은, 보는 이의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혀 준다.
Etymology
- 木 (나무 목): 빛을 가두고 거르는 존재.
- 漏 (샐 루): 새다. 틈을 통해 스며 나오다.
- 日 (날 일): 근원이 되는 빛.
단어를 뜯어보면 흥미로운 동사가 하나 숨어 있다. 새다(漏れる)이다. 쏟아지는 빛이 나무라는 장애물을 만나 섬세하게 걸러져 스며 나오는 모양새. 일본인들은 빛이 충분히 공급되는 상태보다, 무언가에 가로막혀 겨우 ‘새어 나오는’ 그 연약한 상태에 주목했다.
압도적인 빛의 승리가 아니라 빛과 어둠의 타협점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더 깊은 애착을 느낀 것이다.
The Beauty of Imperfection
일본의 정서 속에는 직접적인 것보다 은유적인 것, 꽉 찬 것보다 여백이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흐른다. 코모레비 역시 마찬가지다.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든 한낮의 뙤약볕보다, 나뭇잎을 거쳐 부드럽게 순화된 빛의 조각들에 그들은 마음을 기댄다.
부서진 빛은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모양을 바꾼다. 그 불규칙한 빛의 일렁임은 우리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넨다.
코모레비를 사랑한다는 것은, 완성된 빛이 아닌 흩어진 빛의 조각들을 수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가장 짙은 그늘 안에서 비로소 선명하게 보이는 빛의 조각들. 그것은 삶의 고단한 그늘 속에서도 반드시 작고 반짝이는 순간들이 존재한다고 속삭여주는 것 같다.
코모레비는 번역하기 까다로운 단어 중 하나다. 다른 언어로는 길게 풀어서 설명해야만 하는 이 풍경을 단 하나의 단어로 정의했다는 사실에서, 일본인들이 자연을 대하는 섬세한 시선을 읽는다.
당신의 오늘에는 몇 조각의 코모레비가 머물다 갔는가. 완벽하지 않았을 오늘의 틈새에서 당신만의 빛을 발견했기를 바란다. 보이지 않는 바람에 흔들리며 바닥에 흩뿌려진 빛의 무늬들이 당신의 무거운 마음을 잠시나마 가볍게 흩뜨려 놓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