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NOTE #1. 一期一会: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산다는 것.

Thumbnail Lexicon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를 나누지만, 그 순간이 인생의 단 한 번뿐인 장면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곤 한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일까. 가끔은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거라 생각할 때도 있다. Etymology 직역하면 평생에 단 한 번뿐인 만남이다. 이 단어는 16세기, 고요한 다실(茶室)의 연기 속에서 태어났다.설령 찻잔을 주고받는 주인과 손님이 여러 번 만나 차를 마실지라도, 오늘 이 자리의 바람소리,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찻잔의 온기는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깨달음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단 한 잔의 차를 내놓으면서도 자신의 온 생애를 담아 정성을 다했다. The Philosophy of Now 매일 아침 건네는 인사, 퇴근길에 마주치는 노을, 식탁 위에 놓인 밥상까지.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은 … Read more

JP NOTE #0. 木漏れ日: Dappled Light

Thumbnail Lexicon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그늘에서, 빛의 부서짐을 보다. 일본의 계절을 거닐다 보면, 문득 낯선 공기가 따스한 조각들로 부서져 내리는 순간을 마주한다. 머리 위를 덮은 나뭇잎들 사이로, 햇살이 제멋대로의 모양을 그리며 바닥에 내려앉는 풍경. 그 얼룩덜룩한 빛의 무늬를 이곳에서는 木漏れ日(코모레비)라 부른다. 단순히 날씨가 맑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나무와 빛과 바람이 만들어낸 찰나의 흔적은, 보는 이의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혀 준다. Etymology 단어를 뜯어보면 흥미로운 동사가 하나 숨어 있다. 새다(漏れる)이다. 쏟아지는 빛이 나무라는 장애물을 만나 섬세하게 걸러져 스며 나오는 모양새. 일본인들은 빛이 충분히 공급되는 상태보다, 무언가에 가로막혀 겨우 ‘새어 나오는’ 그 연약한 상태에 주목했다. 압도적인 빛의 승리가 아니라 빛과 어둠의 타협점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더 깊은 애착을 느낀 것이다. The Beauty of Imperfection 일본의 … Read more

JP-PATH #14. 사회적 구독료: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Thumbnail finance

일본 사회에 발을 들이는 순간,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 ‘강제 구독자’가 된다.구청에서의 전입신고로 시스템 접속 아이디를 생성했다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매달 구독료로 청구된다. 1. 국가라는 거대한 플랫폼의 구독료 전입신고를 마치고 구청 문을 나설 때 손에 쥐어지는 것은 건강보험 가입 안내문이다. 한국의 시스템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일본의 사회보장 비용은 예상보다 무겁다.이 비용은 단순히 복지를 위한 기여금이 아니다. 일본이라는 사회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강제적 유지비’에 가깝다. 일반적인 플랫폼의 구독료가 더 많은 기능을 누리기 위해 스스로 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이라면, 사회보장 비용은 기본 ‘풀 옵션’에서 개인이 제출하는 데이터의 정밀도에 따라 시스템이 청구 등급을 결정한다.불필요한 ‘풀 옵션’의 비용을 걷어내고 가장 미니멀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데이터의 설정값을 조정하는 것, 이것이 시스템의 구조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2. … Read more

JP-PATH #13. 행정 아카이브

Thumbnail settling

일본 정착의 첫 페이지는 화려한 도심이 아닌, 잿빛으로 보이는 차가운 공기의 구청 대기실에서 시작된다.비자가 입국을 위한 ‘허가’였다면, 구청에서의 행정 절차는 이 땅에 나의 뿌리를 내리는 공식적인 ‘각인’이다. 1. 시계가 멈춘 공간, 구청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것은 바깥세상과는 다른 속도의 시간이다. 백화점과는 다르다. 수많은 대기 인원과 끊임없이 울리는 호출 벨 소리. 일본의 행정 시스템은 견고하지만, 동시에 지독하리만큼 아날로그적이다.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다섯 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 ‘알 수 없는 대기 시간‘은 일본 정착을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첫 번째 통행료와 같다. 2. 필수 행정 삼각 편대 (Core Procedures) 막연한 기다림은, 세 가지 핵심 과제 때문이다. 3. 구청 체크리스트 지루한 대기 시간을 줄이고 당황하지 않기 위해, 기억해두어야 할 … Read more

JP-PATH #12. 자본의 레버리지: 일본 주택 론의 구조와 데이터 아카이브

Thumbnail settling

일본에서의 삶이 정착으로 기울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거대한 비용은 야칭(家賃, 월세)이다. 매달 통장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는 10만 엔, 20만 엔의 돈은 타국에서 쉴 곳을 제공받는 비용이지만, 냉정하게 말해 타인의 자산을 불려주는 대리 납부와 같다. 일본의 주택 론(住宅ローン)은 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0%대라는 기록적인 저금리와 국가가 보장하는 세제 혜택은, 외국인인 우리에게도 자산의 레버리지를 활용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이번엔 일본 주택 론이 가진 구조적 이득과 우리가 확보해야 할 데이터에 대해 기록해보려 한다. 1. 역마진의 미학: 빌려야 이득인 구조 일본 주택 론의 핵심은 단순히 금리가 낮다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금리보다 높은 세제 혜택에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수학적 역설이 발생한다. 내가 은행에 내는 이자보다 국가가 돌려주는 세금이 더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