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집을 구하고 계약서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항목들이 있다.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매달 내는 월세(家賃, 야칭)가 아니다. 시키킨, 레이킨, 타치아이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초기 비용이다.
이 비용들은 일본 사회 특유의 ‘신용 사회’를 지탱하는 입장료와 같다.
그렇다면 시키킨과 레이킨, 타치아이는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임차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1. 시키킨(敷金)과 레이킨(礼金): 시작을 결정짓는 두 비용
시키킨과 레이킨은 언뜻 한국의 보증금 시스템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논리는 전혀 다르다. 이 차이를 명확히 아는 것에서부터 일본 정착의 예산 설계가 시작된다.
시키킨 (보증금)
원칙적으론 돌려받을 수 있는 비용이지만, 집주인에게 맡겨두는 인질과 같다. 최근에는 퇴거 시 청소비를 여기서 무조건 공제하는 특약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일부 또는 전부 뺏기는 돈이라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전액 반환에 집착하기보다 합리적인 공제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레이킨 (사례금)
말 그대로 ‘빌려줘서 고맙다’라는 뜻의 감사 표시로 건네는 돈이다.
돌려받지 못하는 돈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는, 집주인이 임차인의 경제력을 확인하는 일종의 필터링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레이킨 제로 매물은 초기 비용은 낮지만, 월세가 높거나 입지가 좋지 않은 등의 기회비용이 숨어있을 수 있다.
입지가 좋고 인기 있는 매물일수록 레이킨은 여전히 강력한 진입 장벽으로 존재한다.
2. 타치아이(立会い): 퇴거 비용을 결정하는 30분
타치아이는 퇴거 당일, 관리 회사 직원과 방의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이 짧은 시간이 수만 엔 혹은 수십만 엔에 달하는 퇴거 비용을 좌우하게 된다.
- 기록이 최선의 방어다: 타이아이 때 억울한 청구를 피하려면 입주 당일의 기록이 완벽해야 한다.
한국을 생각하면 안 된다. 아주 작은 바닥의 흠집이나 벽지의 얼룩이라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전부 뒤집어 쓰고 퇴거 비용을 청구받고 나서는 늦는다. 이 데이터가 없다면 퇴거 시 모든 파손의 책임은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 가이드라인을 무기로 삼아라: 일본 국토교통성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파손(햇빛에 의한 벽지 변색 등)은 집주인 부담이다. 반면 흡연이나 부주의로 인한 파손은 임차인 부담이다. 이러한 공식적인 기준을 알고 타치아이에 임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지갑에서 나가는 액수가 달라진다.
지금 퇴거를 준비중이라면, [JP-PATH #11 타치아이 30분이 결정하는 10만 엔의 행방]을 참고하길 바란다.
3. 비용의 거품을 걷어내는 법
정보를 가진 임차인은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는다. 정착 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라.
1. 레이킨 협상의 타이밍
입주 희망자가 줄어드는 비성수기(5월-8월)에는 레이킨 감액을 정중하게 요청해볼 수 있다.
이 시기의 “레이킨만 조정되면 바로 계약하겠다”는 제안은 중개인에게 강력한 협상 도구가 된다.
2. 청소비 정액제 확인
계약서 서명 전, 퇴거 시 청소비가 시세보다 높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 금액이 시세보다 너무 높다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조정을 요청해야 한다.
3. 논리적 반박
타치아이 현장에서 관리 회사 직원이 과도한 교체 비용을 요구한다면, “국토교통성 가이드라인의 소모성 비품 기준에 부합하느냐”고 묻고, 입주 시 촬영한 사진을 제시하면 된다. 논리적으로 묻는 것만으로도 부당한 청구를 막을 수 있다.
시키킨과 레이킨이 일본 주거 문화에 입장하기 위한 입장료라면, 타치아이는 그 공간을 얼마나 존중하며 사용했는지 증명하는 성적표와 같다.
시키킨과 레이킨, 그리고 타치아이에 들어가는 비용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것을 넘어, 일본이라는 새로운 사회의 규칙에 적응하는 과정이다.